ＴＴＳＰ

언제 비공개로 바꿀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이 너무 착잡하고 어디다가 털어놓고싶어서 내 블로그에다가 쓰는 글

 

개인적인 글 쓰기 전에 오늘의 노래 추천 'Nothing Like Us' 📀

저스틴비버가 부른것도 좋고 방탄소년단 정국이 부른것도 좋다. 사실 좋다기보다는 그냥 뭔가 우울할때 속 시원하고 펑펑 울고싶을때 듣는 노래.

내가 도르트문트에서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던 Melissa랑 귀국전 마지막으로 만났을때 내 방에서 이 노래 들으면서 서로 안고 엉엉 울었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엄마아빠와 열흘동안 포르투갈, 스페인 여행의 시작이였던 오늘 

정말 여행 계획을 할 때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아니 일주일 전 까지만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귀국준비를 하고 있다.

나에게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었던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나는 독일 북서부 끝자락에 위치한 도르트문트 공과대학교에 2019-2학기 2020-1학기, 1년동안 교환학생의 신분으로 여유를 즐길 예정이였다.

 

2019-2학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매 순간이 행복했다.

 

사실 TU Dortmund가 2지망이였고, 어떤 자신감이였는지 당연히 1지망을 붙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처음 독일땅을 밟았을때는 살짝 못마땅했다. 하지만 도르트문트가 나한테 선사했던 생활들은 너무 소중한 경험들이였다.

숙명여대에 처음 입학했을때도 그랬듯, 도르트문트에 처음 왔을때는 모든것이 다 새로웠다. 

독일에 교환학생을 오는데 독일어를 단 한마디도 못하는 상태로 와서 모든 행정처리나 음식 주문같은것을 다 짧은 영어와 바디랭귀지로 했었던 그 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 또한 그 때를 생각했을때 피식 웃음이 나오는 나에게 소중한 추억이다.

 

한학기동안 있으면서 갑자기 여행가고싶어서 바로 전날 버스 예매해서 유럽여행을 다닌것도, 아니면 그냥 소소하게 그냥 플랫메이트들과 파티를 열어서 여러 친구들을 초대해 새벽까지 노래부르고 춤추면서 놀았던 기억도 ...

3개월동안 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마도 내 인생에서 다시는 하지못할 값진 엠생 경험이다

 

그냥 사실 뭔가 되게 아쉽다

 

애초에 한학기 파견이였다면, 원래 3월달에 귀국한다고 생각했더라면, 도르트문트에서 사귄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할 시간도 많았을테고 

도르트문트 생활 마무리도 되게 여유롭게 했었을텐데

코로나가 점점 심해져 갑작스럽게 2020-1학기 교환을 포기하고 약간 쫓기면서 돌아가는거라 그냥 아쉬움이 되게 많이 남는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한국에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비단 귀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숙대 복학을 하려면 수강신청이라는 문제도 얽혀있었기 때문에 첫 수강신청기간에 수강신청을 하지 않아 모든 과목을 정정기간에 주워야했던 나에게는 교환을 포기하고 숙대로 돌아가는 것이 되게 힘들 것 같았다.

그리고 독일도 학교를 폐쇄하라는 정부 지침에 따라 3월말로 예정되어있었던 2019-2학기 기말고사가 4월20일 이후로 변경되면서 2019-2학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4월20일까지 독일에 있어야했다.

 

학교를 폐쇄하고 시험이 밀리자 많은 독일 친구들은 이때다 싶어서 매일 파티를 열었다. 한번 가 보았더니 우리는 20대라서 걸려도 괜찮다나 뭐라나.

그 때 알았어야했다.

그리고 내 생각처럼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원래 엄마아빠와 1주일에 1번 전화할까말까 하던 나인데, 유럽에 코로나가 심해지고나서는 정말 하루에 한번씩 엄마아빠와 전화를 했다.

그리고 내 의견을 존중하겠다며 결정은 너가 하라던 부모님께서도 며칠전부터는 한국에 돌아오는 것이 낫겠다는 뉘양스를 풍겼다.

거기에 여행을 많이 다닌 사촌들,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연락이 오며 괜찮냐고 돌아오는것이 좋겠다고 한마디씩 거들었다.

 

매일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유튜브에다가 corona virus live streaming이라고 치는것이 일상이 되었다.

 

독일과 프랑스가 월요일 오전 8시부터 국경이 끊긴다는 뉴스에 도르트문트에 놀러와있던 내 애인은 일요일날 밤 부랴부랴 본인이 교환학생을 하는 프랑스로 돌아갔다. 그리고 들은 소식은 본인이 교환학생으로 있는 학교로 온 모든 아시아계 교환학생들이 다들 돌아간다는 것이였다. 물론 내 애인도 포함이였다.

그 때쯤 이번학기에 도르트문트로 교환학생을 온 두명의 친구가 한국행 티켓을 끊었고, 도르트문트 또한 중국을 제외한 모든 아시아계 학생들이 돌아가는 것을 보며 나도 더 이상 고집을 부릴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2020-1학기 유럽에서 하고싶은것들이 너무 많았다.

지난학기 도르트문트 통계 석사과목을 1개 들었었는데 이번학기에는 3개를 들을 예정이였고, 애인도 이번학기에 프랑스로 교환을 오게되어서 같이 유럽여행을 하기로 했었고, 더 많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싶었고, 혼자 여유를 즐기면서 하고싶은일도 찾고 나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을 조금 더 갖고 싶었는데 ,.

 

코로나 하나때문에 모든 것이 다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집이 센 나답게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도 되게 많이 버텼다.

머리로는 한국으로 돌아가는것이 더 안전하다는 것을 이탈리아에서 코로나가 확산될 때 부터 알았지만

마음으로는 독일에서 또 유럽에서 하고싶은것들이 많아서 도르트문트에서 존버 결정을 내렸었는데

정말 누가봐도 더 이상 독일에 있는것이 무리라고 판단하는 이번주에 귀국 결정을 내린 나였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코로나가 시작될 때 쯤 귀국결정을 한 친구들이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냥 이렇게 도르트문트 생활을 끝내고 돌아가는것이 나에게 너무나도 아쉬움이 컸다.

 

아무튼 귀국결정을 내리고는 바로 현실로 돌아와 본전공인 통계학과, 복수전공인 컴퓨터과학과 거의 모든 과목 교수님들께 여석증원에 대해서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다행히 교수님들께서는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다들 흔쾌히 여석증원을 해주시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막 해당학년 본전공도 튕기는 과목들이다, 무조건 빌넣애햐하는데 복전생은 막학기생이 아닌이상 잘 안받아준다, 학기중에는 튕겨서 못들으니까 무조건 계절로 들어야한다 이런말이 많이 도는 수강신청이 악명높은 과목들까지도 다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번 기회에 다른 때에는 들을 수 없는 과목들을 들을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수강신청이 다 주운 것 치고는 시간표가 정말 예쁘고 못들을 전필 전선과목들을 듣게되어서 정말 감사하지만

도르트문트 교환학생을 포기하는것은 정말 아쉽고 힘든 결정이였다.

 

이런 상황이 너무 답답해서, 인생이 이렇게 어려운것이였나, 내 마음대로 안된다는게 너무 슬프고,

어떻게 코로나 하나때문에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결정을 하고 이렇게까지 힘들어해야하는가가 너무 억울해서

귀국 결정을 내린 후 거의 매일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 까지 울었다.

감성적이라는 말 보다는 이성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 나에게 맨날 운다는 것은 평소같았으면 정말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울음을 그치고나서는 내가 도르트문트에 남아있고 싶었던 이유가 수업, 친구들, 그리고 여행이였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수업도 사이버강의로 대체되고, 5명이상 모이는 것이 안되기때문에 친구를 사귀기도 힘들고, 국경이 많이 폐쇄되고 밖으로 나가는것이 금지되어서 여행을 하는것도 못하게 되었기때문에 도르트문트에 남아있는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추스렸다.

 

추스렸다고 생각하고 또 다음날 귀국짐을 싸거나 도르트문트에서의 추억을 보면 다시 울음이 터지고 ... 

감성적인 내가 되었다가 이성적인 내가 되었다가의 반복이였다.

 

맨날 울면서 부모님께 전화하니까 부모님도 지쳐서 전화하면 애같이 굴지말라고, 지금 너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힘들다고 말했다.

물론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많을것이다.

9월에 입학을 앞둔 사람들의 경우에는 지금 시험을 봐야하는데 그게 미뤄져서 어쩔줄 몰라하는 사람들도 봤고,

미국과 독일 모두 비자발급을 중단해서 유학을 생각하는 친구들은 정말 답이 없는 상황인 사람들도 봤고,

나도 이렇게 힘든데 그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고 착잡할지 가늠이 안간다.

그 분들의 멘탈을 정말 리스펙한다. 

 

뭐 어쨋든 이번주 목요일날 한국으로 돌아간다. 

경유하는 항공편이라 경유지가 막히면 못돌아가는 상황이겠지만 그래도 아무 탈 없이 인천공항까지 도착하길 빈다.

오늘 한국으로 돌아간 이번학기 교환학생 둘의 말을 들어보면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천안으로 끌려간다고한다.

만약에 나도 천안으로 끌려가 코로나검사를 받게 된다면 중학교 고등학교 수학여행 이후로 수련관에 처음 가보는거다.

유럽발 비행기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코로나검사를 해야한다고 한다. 후기를 들어보니까 되게 아플것같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인천에 무사히 도착해서 제발 코로나 검사까지 아무 탈 없이 다 받고 싶다.

(( 3월23일 추가 ㅡ
내가 원래 타고 가려고 했던 비행기가 취소되었다.
아랍 에미레이트 경유였는데 경유지에서 딱 내가 가는날 부터 2주간 출도착 항공편 몇 경유항공편을 잠정중단한다고 한다.
진짜 개멘붕이였다.
중동아시아가 그나마 경유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였는데 중동아시아도 항공편을 중단한다고 하지,
독일-한국 직항 비행기는 3월31일부터 없다고 하지,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기때문에 모든 귀국준비를 마친 상황이라 도르트문트에 더 이상 있을수도 없지,
진짜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다시 항공편을 예매했어야했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다.
소식을 듣자마자 아빠한테 바로 전화해서 또 울면서 왜 애초에 직항으로 끊어주지 않았냐고 원망하니까 아빠가 어떻게든 돌아올 수 있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다독여줬다.
평소 같았으면 울시간에 해결책을 찾으라했을 아빠인데 아빠도 적잖이 당황했나보다.
요즘 프랑크푸르트-인천 직항이 200만원이 넘는다고 들었는데 왜 인지 모르겠지만 1자리 남은 3월25일 수요일비행기 생각보다 싸게 끊었다.
뭐 결론은 이번주 수요일 직항 비행기타고 한국 돌아간다는거 ))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서는 엄마아빠와 접촉을 하게되면 엄마아빠도 2주간 자가격리이기때문에 엄마아빠는 강릉집에, 나는 서울집에서 혼자 2주간 생활하기로했다.

방에서 자가격리를 하는 친구들도 많은것 같았는데, 정말 현실적인 우리 엄마아빠는 최소한 화장실을 같이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그것은 진정한 자가격리가 아니라며 나를 혼자 서울집으로 보냈다. 그리고 오늘 서울집에 내가 2주간 생활할 수 있게 물품이나 음식들을 놔뒀다고 톡이 왔다.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은 아니였는데 앞에서 추천한 노래를와 Lucid Dreams를 번갈아가면서 들으면서 쓰다보니까 되게 글이 길어졌다.

사실 싸강을 듣기 싫어서 길게 썼을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정말 현실로 돌아와서 첫주 싸강을 들어야한다. 그래야 내일부터 둘째주 싸강을 정상적으로 들을 수 있겠지.

 

에효 이 글을 쓰면서 들은 생각인데 사람 일이라는게 어떻게 내 마음대로만 되겠나 싶기도 하다. 

이번에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으니 다른일에대해서는 내 마음대로 되겠지, 분명 다른쪽으로는 잘 풀리겠지 생각해야지

인생은 다 굴곡이 있는거니까

더 긍정적으로 어른스럽게 생각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마스크를 준 사람들은 아무도 이 글을 볼 수 없겠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싶다.

어디를 가던, 어느 집단에 들어가던 사람복은 정말 많다는것을 다시금 느꼈다.

사실 마스크를 한국에서 단 한개도 챙겨오지않아 단 하나도 없어서 주변사람들에게 공항과 비행기안에서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었는데 

독일인친구가 준 마스크 2개, 일본인친구가 준 마스크 1개, 내 플메들이 준 마스크 5개, 그리고 이번에 도르트문트로 파견온 재현이(내 애인이랑 동명이인)가 준 마스크 1개 덕분에 안전하게 한국에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독일도, 한국도, 아니 그냥 전 세계적으로 다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상황인걸 알기에 이들이 준 마스크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선한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다는게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본의아닌 숙대 복학이지만 이번학기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다니기로

2020-1학기까지 도르트문트에서 쉬고 2020-2학기부터 되게 열심히 다니기로 스스로에게 약속했었는데

그냥 그게 6개월 더 빨라졌다고 생각하자

2020-1학기 진짜 화이팅이다 ㅡ